병원에서 14년 동안 일을 하면서 많은 환자들이 떠오르지만 간호대학을 갓 졸업하고 병원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규간호사 때의 일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
그 당시 ooo호에 결장암 할머니가 입원해 계셨다.
참 푸근한 인상을 가지신 할머니께서는 정신없이 허둥지둥 뛰어다니는 내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나를 친손녀처럼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외과 병동으로 배치되고는 낯설고 두려움이 많았던 시기에 나를 편안하게 대해주시는 할머니가 꼭 친할머니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하지만 할머니의 상태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간병을 하시던 할아버지께서 환자가 고소미 과자를 먹고 싶어 해서 병원 앞 가게를 다 다녔지만 사지 못했다며 아쉬운 표정으로 들어오셨다. 그 말씀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근무를 하고 있던 나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했다. 쉬는 날이었던 그 다음날 가족들과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던 중 마침 내 눈에 고소미라는 과자가 눈에 번쩍 들어왔다. 어제 원하는 과자를 사다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시던 할아버지 얼굴이 생각나서 얼른 그 과자를 사서 할머니께 가져다 드렸다.
할머니는 그 과자를 너무나 맛있게 드셨다.
그렇게 섬세했던 신규시절을 지나 지금 나는 외과전담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신규 간호사 때부터 외과병동에서 많은 암환자를 보았지만 바쁜 업무 때문에 그분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환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려고 노력한다.
암 수술 후 처음 항암제를 맞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정도까지 설명과 면담을 해주고 있다. 항암제의 종류, 스케쥴, 부작용뿐만 아니라 그 동안의 다른 환자들의 사례와 긍정적인 마음으로 항암치료를 잘 할 수 있도록 많은 얘기를 해드리고 있고, 또 답답한 그분들의 하소연을 들어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항암제를 맞는 환자들은 주치의보다 나를 더 많이 찾는다.
나 또한 그런 환자분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있으며 왜 그분들이 힘든 항암제를 꼭 생명의 끈과 같이 생각하며 많은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맞고 있는지 그 심정이 충분히 헤아려진다.
나는 거의 만삭이 될 때까지 물도 못 마실 정도로 유난히 입덧이 심했다.
아기를 가진 기쁨보다는 정말 너무 힘들어서 우울증까지 걸릴 정도였다.
그런데 그 때의 경험이 지금 항암 치료 중에 생기는 오심, 구토를 경험하는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환자의 죽음이 너무 당황스럽고 충격적이어서 힘들었던 시절과는 다르게 지금은 바쁜 일상 속에서 환자를 불편을 해결해 주는데 적극적이지 못하거나 그들의 죽음조차도 너무 업무로만 소화해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신규 때 섬세한 마음으로 환자를 만났던 기억들을 되살려 모든 환자들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대하고 싶다. 진정한 맞춤간호란 환자와 보호자들의 답답한 마음을 한 번 더 헤아리고 그들이 처한 입장을 나의 일처럼 생각하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4살 된 아이와 남편을 걱정하는 말기 위암 환자분,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딸의 옆을 지키기 위해 본인의 치료를 미루는 유방암 환자, 위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끝내고 한숨 돌리려고 할 때 다시 대장암으로 전이되어 그 힘든 항암치료를 다시 시작한 분, 말기 대장암의 극심한 통증 때문에 진통제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아들을 지켜보는 부모님 등등 이분들의 처지를 하나하나 헤아리며 응원을 보낸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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