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형식이나 분량에 제한없이 자유롭게 작성하셔서 언제든 보내주세요.
보내주신 내용 중 채택된 글은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되며,
추후 채택된 글들을 모아 책자로 발간하고 소정의 원고료를 보내드립니다.
회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 1.'간호사, 플러스 스토리'의 취지와 맞지 않는 글은 게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2. 한 번 응모한 글에 대해 수정은 불가하며, 원고료 지급은 연 1회로 제한됩니다.
  • 3. 응모한 원고는 반환되지 않으며, 채택 여부를 문자 메시지로 알려드립니다.
  • 4.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후 온라인으로 응모하시기 바랍니다.
        (글자포인트 11, 줄 간격 160%, 분량 1~2 page이내)
신청서 다운받기 응모하기

무뎌진 나를 다시 일깨워주는 기억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환자들을 수없이 많이 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이 환경에 익숙해진 내가 환자의 임종을 그저 일로써 처리하고 있는 것 같아 회의감이 들곤 한다. 그런 순간 나에겐 환자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

 

COPD, 폐암 등 기저질환이 많았던 환자분이 코로나로 폐렴이 악화되어 중환자실에 입원하셨다. 환자분은 80세가 넘은 할아버지셨는데, 내가 들어가면 나의 성을 붙여 나를 꼭 "전양"이라고 부르셨다. 환자와 가족 모두 환자의 연세가 많고 연명치료를 원치 않았던 상태였다. high flowfull로 가지고도 숨이 차 힘들어하셨지만, 환자분은 두려워하는 모습보단 언제나 자신의 마지막에 준비가 되어있었다. 환자분께 조금만 힘내자고 응원할 때면, 그분은 죽는건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나의 마지막 순간을 걱정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보다, 내 가족을 생각하고 좋은 마지막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며, 그 작은 할아버지가 나에겐 정말 큰 어른처럼 느껴졌다.

그런 환자분께 소원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마지막으로 아내의 손 한번 잡고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우리에겐 목표가 생겼다. 코로나 격리 기간을 버텨 꼭 가족들과 손잡고 면회를 하는 것. 그날부터 나는 환자가 힘들 때마다, 지치는 순간 일 때마다, 심호흡을 격려하면서도, 의식을 깨우면서도 "할머니 손잡고 인사해야죠! 이제 4일 남았어요! 이제 세 밤만 주무시면 되어요! 이제 내일모레에요!" 하며 의지를 다잡았다. 환자에게 가족들 손잡고 인사하고 싶다는 그 마음은 어떤 응원보다도 그를 버티게 해주는 큰 힘이 되었다.

환자는 결국 무사히 격리 기간을 끝내고, 아내분과 손을 꼭 잡으며 면회를 했다. 그날의 면회는 중환자실 간호사 모두가 응원하고 기다렸던 날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환자분은 가족들과 함께 1인실로 이실하여 임종을 맞이했다.

 

가끔 그 격리방을 보면 "전양 왔어?" 하고 웃어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늘 작은 것에도 고마워라고 말씀하시던 환자분. 그런 모습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며 한 가족의 마지막 순간에 무뎌지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한다. 1인실과 달리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하게 되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생각보다 준비 없이 이별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난 그들에게 가족들과 후회 없는 마지막을 준비하고 충분한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도 내가 중환자실 간호사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