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시절부터 신경외과 병동에서 근무해 지금까지 8년째 일하고 있는 간호사입니다.
신경외과 병동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혈관조영술 등 검사를 위한 짧은 입·퇴원의 경우와 뇌경색 및 종양 등으로 재원일수가 길어지거나 재입원을 반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몇몇 환자들이 있는데 보통 저의 경우는 뇌종양 환자분들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수술 및 방사선 치료, 항암으로 의식 상태 및 활동이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교모세포종에 경우에는 대체로 예후가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느껴집니다.
몇 년 전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걸어 다니며 수술 후 상처 드레싱 받는 것도 신나하시며 처치실에 빠르게 나오려 하며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 보였습니다.
퇴원 후 몇 번의 재입원을 하였고 어느 순간 종양은 재발하였고 한쪽 팔, 다음에는 한쪽 팔/다리 하나둘씩 범위를 늘려 환자분의 활동을 제한해 버렸습니다. 환자분은 처음에는 고집 피우며 움직이려 했지만 이내 우울감에 사로잡혔고 이후 활동 제한이 많아져 더 이상 삶의 의지가 없어 보였습니다. 여러 번의 입원으로 라포 형성이 잘 되어 병동에서 친한 간호사였을 것 같다고 생각한 어느 날 환자와 이야기 나누다가 환자가 "나 좀 그냥 죽어줘" 라는 말을 들었을 때 '쿵' 하고 마음이 내려앉았습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영부영 병실을 나왔고 병동에 같이 근무하던 동기 눈을 마주치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환자의 고통, 절망을 마주하는 게 어려웠고 절망적인 상황을 보며 무력감을 느끼고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저는 잘 대처하지 못한 것 같아 후회가 남아있습니다. 말기 환자가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후에 많이 생각해 봤지만 아직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지만 환자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며 존엄성을 지켜드리는 것이 간호사의 중요한 역할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도 환자 중심의 따뜻한 간호를 실천하며 환자와 가족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