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나는 30여년전에 신규간호사로 첫 발령부서였던 중환자실에 다시 로테이션이 되어 근무하게 되었다.
이 곳 중환자실에 오자마자 놀라운 인연을 들을 수 있었다. 부서원중에 25년차 간호사가 20여년전에 신생아실에 근무할 때에 예쁘게 씻기고 우유를 먹였던 많은 신생아중에 1명이 건강하게 잘 자라서 지금은 같은 부서에서 함께 근무하는 동료 선후배간호사로 있다는 사실이였다.
두 사람의 인연을 보면서 40여년 전의 소중한 만남을 통해 간호사가 된 나의 인연이 생각이 났다.
40여년전 내가 살았던 인근 병원 중환자실의 장소와 그 소중한 만남의 파노라마가 오랜세월이 흘렀어도 선명하게 그려진다.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마지막 날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였던 엄마는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뇌수술을 받으셨다.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엄마의 모습도 충격이었지만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엄마의 머리를 빗겨드렸던 머리카락은 한올의 남김도 없이 깎여있었다.
앞으로 평범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은 우리가족에게 청천벽력 같았고 처음으로 나는 눈앞이 깜깜하여 아무것도 보지못한 순간의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은 가슴아파 두 번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긴 시간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겨진 후 가족들과 교대로 면회를 하게 되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 있는 중환자실에서 사랑하는 엄마와 영원한 이별이 올까봐 너무나 두려웠다.
한 여름에도 찬 겨울바람을 맞은 듯 나의 온몸은 떨리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꽁꽁얼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처마밑에 겨우 달려있는 고드름 같았다.
희망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순간들이었다.
하얀 침상위에 의식이 없이 누워있는 엄마의 주위에는 중환자치료와 간호에 필요한 딱딱한 장비들과 각 종 수액이 달려있었다.
어느 누구보다도 강인했던 엄마는 하나부터 열까지 치료와 간호의 도움을 받으며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다시 평범했던 행복한 삶을 위해 가장 나약한 순간임에도 노력하시는 것 같았다.
그런 엄마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과 콧물이 묻은 나의 맨손을 서스럼없이 따뜻한 손을 내민 간호사분이 계셨다.
10초도 안되지만 살포시 잡아주셨던 그 간호사분의 손은 치료와 간호에 대한 신뢰감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보호자 대기의자에서 따뜻한 손을 잡아준 그 간호사분처럼 간호사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하였다.
엄마는 치료와 간호를 잘 받고 퇴원하셨고 그로부터 7년 뒤 난 간호사가 되었다.
짧은 순간이였지만 그 간호사분의 따뜻한 손은 나의 진로를 바꾸게 하였고 가톨릭기관에서 사랑에 찬 의료봉사를 베풀고 지금도 간호현장에서 아픈환자를 따뜻하게 30여년 넘게 돌봄을 실천하도록 노력하는 간호사가 될수 있게 했던 축복의 손이였다.
질병으로 고통받고 두려워하는 환자와 같은 고통을 느끼는 가족들에게 이 순간에도 많은 간호현장에서 간호사의 손. 축복의 손길이 닿아 감동을 주고 있음을 안다.
난 오늘도 선배, 후배간호사들과 함께 간호사의 손, 축복의 손으로 환자를 간호하고 있다.
30년간 돌봄의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