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00씨 너무나 사랑했어. 지금도 사랑해. 우리 아들과 딸 너무 잘 키워 줘서 고마워.
당신 아버지와 어머니 내가 잘 모실 테니 걱정 말고 좋은 곳으로 편안히 가.
여보 사랑해.”
충청, 호남 지역으로 한파경보가 내려 아침에 눈을 뜨면 20-30cm씩 눈이 쌓이던 날. 집 주소가 인천이던 51세 최 OO님을 만난다.
인공호흡기의 기계호흡에 의지하여 수축기 혈압이 70mmHG로 강심제를 달고 있었으며 윗입술과 양측 코, 좌측 귀에서 소량씩 흘러내리던 출혈은 매일 바셀린 거즈를 갈아도 흠뻑 젖어 있다. 무릎의 찢긴 상처는 10땀을 꿰매어 ‘ㄴ’자 형상을 하고 있다. 3-4M 높이 컨테이너에서 작업을 하다가 떨어진 채 심 정지 상태로 발견되어 119에 실려 일생 한 번도 온 적이 없는 도시의 대학병원 중환자실의 침대에 누워 있다. 뇌파검사와 두부 MRI 촬영을 하고 뇌사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입원 후 7일째 인천에서 온 아내와 아들과 딸 이외의 보호자 11명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낯선 도시의 하얀 침대 위에서 가족의 손길에 온몸은 하늘의 천둥 같은 진동으로 울림 표현을 하고 떠났다. 결혼을 앞둔 딸이 있다. 응급실과 응급 중환자실, 내·외과 병동을 돌면서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 앞에서 오열하는 가족들과 만성 질환으로 지칠 대로 지친 보호자들의 무표정함 속에 끓어오르는 슬픔, 어린 나이에 부모를 떠나보낸 해맑은 어린아이의 모습도 29년간의 간호사 기억 속에 박제되어 있다. 떠난 이는 알지 못하나 남겨진 이만이 할 수 있는 말. “사랑해” 그 쉬운 단어를 입 밖으로 표현하며 남편을 보내는 아내의 모습이 낯설게 다가온다. 그녀의 모습은 낯설지만 보는 이들의 숨을 멎게 하고 분주히 움직이는 중환자실의 기계 소리조차 잠재웠다. 담당의가 몇 시 몇 분이라고 사망 선언을 하자 아내는 남편의 가슴 위에 엎드려 “거짓말쟁이”라는 표현을 한다.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고 떠난 남편에게 울면서 “내가 세상의 호흡을 마치더라도 당신을 찾거나 따라가지 않을 거야. 00씨! 나한테 거짓말했으니까 뭐가 그리 바빠서 말도 안 하고 먼저 간 거야. 사랑해 여보.”
최 00씨를 만났으나 그 아내와 가족을 통해 나는 사랑해라는 말을 기억하게 되었다. 가장 쉽지만 잘 써보지 않아서 낯설게 된 단어 3글자. 남편과 자녀에게, 나의 이웃에게 00야 사랑해라고 말해보리라. 이 땅에서의 호흡을 마치기 전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날을 감사하게 살아가며 성실과 진실의 열매를 맺으리라. 내 삶의 결과가 하늘과 사람들에게 사랑했노라 고백하는 후회 없는 삶을.
산다는 것. 그 의미를 알아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