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주 1일에 나는 출산을 위해 분만실로 향했다.
항상 출근하던 길이였는데 분만을 하러 간다니 기분이 매우 뒤숭숭하였다.
아기를 낳고 나면 몸이 가볍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겠지? 하며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8문항의 수술 동의서를 받는데 응급상황이 생기면~ 등의 위험한 지문들은 다 나의 앞으로 닥칠 상황처럼 느껴지며 공포감에 휩싸였다.
남편과 수술방에 들어가기 전 인사를 하고 하반신 마취를 위해 대기하는데 유독 낯설게 느껴지는 차가운 수술실에 긴장이 되며 방금 받았던 동의서들의 부정적인 글자들이 생각나며 온몸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수술방 간호사 선생님은 나를 발견 후 ”초산이에요? 괜찮아요. 금방 끝날거예요. 어디 병동에 있어요?” 하며 나에게 위로와 안심이 되는 말을 건네주며 워머기로 몸을 데워주시며 손을 꼭 잡아주었는데 선생님의 온기가 가슴 깊이까지 느껴져 긴장을 완화 시켜주었다.
너무 안심이되며 수술을 잘맞췄다. 손을 잡아주신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수술 내내 떨리고 긴장이 되어 힘들었을 것이다.
나는 소화기내과 병동 간호사이다.
항상 내시경 들어가기 전 환자들은 “보호자를 꼭 만나고 들어가야 해요, 너무 떨려요.”라며 시술 전 긴장을 하는 모습에 “괜찮아요. 금방 끝날 거예요. 교수님 내시경 잘하세요~.” 라는 응답기처럼 표면적인 대답을 하며 나의 일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긴장하며 떠나는 환자들을 100% 이해하지 못하였다.
내가 출산을 하고 나니 한마디의 말과 따스한 손길이 기억에 남았으며 간호가 그렇게 어렵고 복잡한 게 아니었는데,라는 것들이 후회막심하게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병원은 특별한 사람이 오는 것이 아닌 누구나 올 수 있는 곳이다. 간호사도 의사도 모두가 병 앞에서는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복직하게 되면 내가 느꼈던 감정을 토대로 손도 한번 더 잡아드리고, 긴장이 되지 않게 한마디의 말과 나의 경험들로 위로의 말을 건네고 보호자에게도 좀 더 따스한 언어로 안심과 위로를 드려야겠다고 다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