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9주 된 임산부가 분만실에 입원했다. 혈압과 단백뇨, 두통, 상복부 통증이 있는 자간전증 때문이었다. 입원 일주일 만에 체중이 4kg 증가했고 온몸이 부어있었다. 임신성 당뇨와 최근 진단받은 방광염으로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우리는 임산부를 최대한 편안하게 하여 조산을 막아야 했다. 환자는 낯선 분만실 환경에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나는 환자에게 혈압이 높으니 침대에 누워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하지만 환자는 앉아서 노트북을 하고 유튜브를 보며 친구와 통화했다.
지속적인 혈압강하제 투약에도 혈압은 조절되지 않았다. 임산부는 죽었다 깨어나도 요도에 카테터가 들어가는 방광염 검사는 안 된다며 극구 거부했다. 일곱 살에 요관 수술을 했었다고 했다. 그때의 트라우마로 카테터 삽입을 강하게 거부하였다. 상황을 듣고 있던 산부인과 전공의가 검사 이유와 합병증에 관해 설명하였지만, 환자는 울면서 안 한다고 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환자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으며, 우선 환자의 마음을 읽어 드리고 공감해 드리고자 다가가 대화를 시작하였다.
“많이 힘드시죠? 힘든 것 충분히 알아요. 빨리 낫게 하려고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도와드리고 싶어요.” 담당 간호사였던 나는 마음을 다해 환자를 안아주며 위로해 주었다. 환자는 “이 검사를 왜 해야 하는지 머리로는 알아요. 하지만 어릴 때 아팠던 트라우마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충분히 기다릴게요. 마음의 준비가 되면 그때 검사하면 돼요.”라며 환자를 안심시켜주며,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30분이 흘렀다. 콜 벨이 울렸고 검사를 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환자에게 “최대한 안 아프게 금방 끝내도록 할게요. 마음먹기까지 많이 힘들었을 텐데 큰 결심해 줘서 정말 고마워요.”라며 산모의 용기에 온 마음을 다해 다시 꼭 안아주었다. 검사를 잘 끝난 후. “조금만 더 힘내서 34주까지 버텨봅시다. 아자아자!” 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일반병실에서 안정을 취하던 환자는 33주가 되자 갑자기 혈압이 조절되지 않았고 극심한 오심과 구토 증상이 있어서 다시 분만실로 오게 되었다. 경련까지 보여 응급 제왕절개술을 시행하였다.
급한 상황에서도 환자는 유치 도뇨관 삽입에 응했다. 나는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환자의 손을 꼭 잡았다. 여기는 대학병원이니 걱정하지 마라, 아기랑 엄마랑 건강하게 만날 거니까 좋은 생각만 하시라고 했다. 다행히 아기는 무사히 태어났고 산모도 괜찮았다. 산모는 울먹이며 “분만실 선생님들 덕분에 힘든 고비를 많이 넘겼어요. 죽을 것 같았는데 힘내자는 말씀을 해주셔서 어떻게든 이겨냈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퇴원하던 날 산모는 내게 말했다.
이렇게 내가 일선에서 좀 더 환자 중심으로 생각하고자 하였고, 실행했던 부분은 부천성모병원 간호부 맞춤 간호의 [소중하고 확실한 행복 이야기]라는 책 속의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라는 예수님의 계명이었다.
매일 단락의 성경을 근무 전에 접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예수님의 말씀은, 나의 행동과 삶의 방향은 조건 없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앞으로도 치유자이신 예수님의 작은 도구로 분만실에 오는 임산부와 환자, 보호자, 동료들에게 그 사랑을 전하는 멋진 간호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