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04일 천사데이를 준비하러 나선 아침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 그리고 내가 느꼈던 천사데이는 이 날의 맑은 하늘과 빛나는 태양 같았다.
2013년 입사한 아직 햇병아리인 나는 첫 병동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설레고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병원 안에 들어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에게는 천사데이란 단순히 간호사가 환자를 위해 무언가를 좀 더 해줄 수 있는 날이라고만 여겼다. 환자들을 위해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하고 같이 할 운동을 마음 속으로 되새김질 하며 회전문을 통과하면서 순간 내가 진짜 천사데이의 의미를 가볍고 평면적으로만 보았다는 것을 알았다.
병원 안에서는 이미 준비한 이벤트를 하고 있었는데, 그 내용이 무엇인지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먼저 들어온 것은 환자와 간호사의 얼굴이었다.
진심으로 드러나는 그 표정에서는 환자는 간호사의 마음에 응답하며 즐겁게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고 간호사는 눈을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고 기본적인 환자 대응이 아니라 한 사람, 내 가족처럼 간호를 제공하고 있었다. 짧은 광경이었지만 환자와 간호사가 라포를 형성하고 진실되고 건전한 관계를 이루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는 광경이었다. 처음으로, 천사데이가 내가 생각하는 것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천사데이의 '천사'는 단어처럼 진정한 백의의 천사가 무엇일지를 이번 기회를 통해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암병원 7동 병동은 천사데이에 환자와 같이 사진을 찍는 시간을 갖고, 휴게실에서 복부수술 환자를 위한 스트레칭 및 걷기 운동을 할 예정이었다.
병동에서 천사데이 준비를 끝마치고 본격적인 행사를 위해 천사 머리띠를 하고 날개를 달게 되었다. 환자와 사진을 찍기위해 각 병실을 돌았는데, 굉장히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설레는 마음으로 '환자들이 좋아할까? 반응이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병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중간에 병실을 돌던 중에 내가 담당하던 팀의 환자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 중 한 환자는 큰 수술을 받고 재원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져 갈수록 웃음과 말수가 하나 둘 씩 줄어드는 환자였다. 나는 그 환자가 다시 즐겁게 마음에 우러나와서 웃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간호를 했지만 환자가 나날이 힘들어 하는 모습에 마음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천사데이를 위해 날개 옷을 입고 머리띠를 착용한 나를 보면서 "진정한 백의의 천사네. 천사같아 천사"라고 말씀하시며 우리가 병실에 머무는 시간 동안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같이 사진을 찍으며 좋아했고 운동에도 꼭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환자는 정말 휠체어를 타면서까지 휴게실에 와서 우리의 운동을 열심히 같이 따라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그 동안 환자를 대했을 때는 내가 그 상황이 되지 않아 진심을 다해 위로해주지 못했고, 성심 성의껏 간호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환자가 변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답답해 했었는데, 잘못된 사고였던 것 같다. 환자에게 한 번이라도 더 가서 사소한 일상이야기를 나누거나 힘들어하는 일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더라도 같이 나눌 수 는 있었을 텐데, 나는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 그냥 하얀 옷을 입은 간호사로써 환자를 대했던 것이다.
10월 4일의 일정이 다 끝나고 의자에 앉아서 다시 천사데이의 하루를 되짚어 보았다. 그 환자뿐아니라 다른 환자들 모두의 즐거워하는 얼굴은 태양같이 빛났고 맑은 하늘 같았다.
내가 환자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간호사를 위로해주고 다독여주는 천사데이를 보냈던 것 같다. 처음 천사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천사데이인데 왜 간호사를 위한 날이 아니라 환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 날일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번 천사데이를 진행해 보니 천사데이는 간호사가 환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는 날이 아니었고 오히려 간호사를 위해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백의의 천사들을 위한 날이라고 느껴졌다.
아직은 입사한 지 얼마 안되었지만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번 천사데이에서 겪은 소중한 씨앗은 마음에 뿌리내려 진정한 백의의 천사로 만들어 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