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DAY를 맞아 병동은 환자들을 위한 이벤트 준비로 분주했다. 소소한 이벤트라도 어떤 것이 더 환자들에게 힘이 되고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하고 고민 끝에, 이번 1004DAY를 준비했다.
환절기이고 특히나 수 차례 항암치료로 손발 저림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은 병동이기 때문에 환자들의 발을 따뜻하게 해줄 수면양말과 몸에 좋은 견과류를 예쁘게 포장하여 준비했고, 건강박수를 준비해 환자들과 같이 박수를 치면서 소통할 수 있는 짧은 시간도 가지기로 했다.
사실 대부분의 환자들이 답답한 병실에 갇혀 치료를 받다 보면 무기력하고 우울해 하는 모습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벤트를 진행하기 앞서 환자들이 과연 좋아할까, 잘 따라 줄까 걱정했었다.
나름 공들여 준비한 이벤트가 환자에게도 간호사에게도 의미없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환자들에게는 작은 선물과 이벤트로 질병과 싸워갈 수 있는 용기를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나에게는 바쁜 업무로 형식적으로 환자를 대해왔던 그 동안의 시간들을 돌아보고 진심으로 환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건강하세요."하고 선물을 주며 손 한번 잡아드리는 별거 아닌 사소한 것에 감사하다며 즐거워 하는 환자들의 모습은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입사 초기 내 다짐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환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전문적인 간호사, 친절한 간호사, 공감할 수 있는 간호사, 똑똑한 간호사, 꼼꼼한 간호사, 이해해주는 간호사, 따뜻한 간호사"는 되지 못했다.
환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간호사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내 자부심이 정당해 지는 것이 아닐까 반성하고 다시 입사 초 열정가득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반응이 시큰둥 할 거라는 걱정과 달리 병실마다 환자분들을 모아 놓고 건강박수를 치는 시간은 아주 오랫만에 웃고 즐기는 시간이 되었고, 환자-간호사가 아닌 사람-사람과의 따뜻한 관계를 느끼게 했다.
1004DAY는 따뜻한 말한마디, 따뜻한 눈빛 한 번이, 따뜻한 한 번의 미소만으로도 모두에게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