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입사 후 처음으로 1004day에 참여하였다. 1004day는 10월 4일에 간호사들이 병동 환자들을 위한 봉사 및 서비스 활동을 하는 것이다. 처음해보는 것이기도 하고 아직 환자를 대함에 있어 부족한 것이 많아 걱정이 되었다. 어떤 것을 해주면 좋아할까 고민 끝에 소아과 환자들을 위해 동화책을 읽어주기로 하고 아이들을 모으러 갔다. “우리 주사실에서 다 같이 동화책 읽을 건데 읽고 싶은 사람 같이 갈까요?” 처음에 어리둥절한 아이들의 표정에 ‘오지 않으면 어쩌나, 싫어하는 건 아닐까’하는 긴장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들은 생각보다 좋아하며 호기심가득한 눈으로 따라나섰다.
주사실에 모여 준비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아직 글을 모르는 아이들은 그림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서 알기 쉽게 눈높이 설명을 해주자 부끄러워하며 주변을 서성이던 아이들까지 가까이 다가와 집중을 하며 즐거워하였다. 어느덧 나또한 아이들과 동화책읽기에 빠져들었다. 병원 행사라는 의무감으로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의무감이었다. 하지만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니 진심으로 책이 읽어졌다.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 책을 읽던 도중 한 아이의 질문에 난 말문이 막혔다. “왜 갑자기 간호사 선생님들이 책을 읽어줘요?” 할 말이 없었다. 그동안 아이들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체온 재고 약 주는 등의 업무 외에는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없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살갑게 말을 거는 아이도, 투정을 부리는 아이도 귀찮아하며 돌아 섰던 것 같다. 아이들의 눈에도 그저 주사 놓는 선생님, 약 주는 선생님이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나름의 변명을 하자면 업무를 하면서 아이들 마음까지 챙길 여유가 없는 건 사실이다. 그 업무 또한 모두 환자들을 위한거지만 환자들은 직접적으로 와 닿진 않을 것이다. 병원이라는 낯선 곳에 와서 관심을 바라는 아이들을 좀 더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하고 외면한 것이 미안했다. 앞으로 오늘처럼 같이 책 읽으며 함께할 시간은 많지 않겠지만 업무 중에도 단순히 업무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야 할 것 같다.
이번 1004day활동은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해준 기회였다. 내가 처음 간호사가 되고자 했을 때 어떤 간호사가 되고 싶었는지 지금의 난 어떤 간호사인지
다시한번 뒤돌아보는 기회가 되었고 어쩌면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 환자들의 마음을 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난 환자의 입장에서 다가가기 쉬운 간호사, 믿음을 주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