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천사 데이죠? 그거 행사하려고 그러는 거 맞죠?”
천사데이 행사를 위해 플랜카드를 내걸고, 음료수를 내어놓으며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있는 나에게 와서 환자들이 묻는다. 오늘따라 들떠있는 환자들과 말하면서 나도 함께 웃고 있었지만 사실 내 마음은 걱정 반, 홀가분한 마음 반이었다.
천사의 날 행사로 준비한 묵찌빠, 다트던지기, 팔씨름과 같은 게임들을 환자들이 시시하게 생각할 것 같아 걱정이었고, 사실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 병동 간호사들이 근무가 끝나고 난 뒤나 오프 때 따로 시간을 내야 했기 때문에 이때만 해도 나에게 이 행사는 그저 빨리 끝났으면 하는 한 가지 이벤트에 불과했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어느새 준비를 마쳤고 팻말과 상품, 제비뽑기 바구니를 들고 환자들이 있는 병실로 향했다. 처음에는 게임에 참여하는 것이 부끄러운 지 구경만 하던 환자분들도 파트장님과 우리들의 격려로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셨다. 팔씨름 때는 양 팀으로 나뉘어져 열띤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하며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어갔다.
우리 병동은 중풍, 안면마비 환자들이 주로 있는 병동으로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아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처음에 내가 했던 걱정과는 다르게 우리 병동의 환자분들에게는 묵찌빠, 다트던지기, 팔씨름과 같은 게임들이 나름의 도전이 되었던 것 같다. 또 그 모습을 바라보는 보호자들도 흐뭇해하고 있었다. 유치하게 느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게임들을 도리어 흥미롭게 즐기고 있는 환자들을 보니 문득 내가 환자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게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 충수염 수술로 입원했을 때 수술 후의 통증과 불편감으로 3일정도 고생하면서 환자 입장에서 본인이 직접 겪는 것과 의료진 입장에서 막연히 힘들겠구나 생각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의료진들이 자신들의 고통에 대해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이 환자들의 마음이라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의료진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었다.
나의 경험에 비추어보니 우리병동 환자들처럼 평생 재활을 하며 장애를 안고 가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낯설고 두려운 일일지, 그리고 수술 후의 통증과는 비교하지 못할 우울감, 상실감이 얼마나 클 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간호사가 되고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생 때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며 느꼈던 자부심이나 사명감 같은 것들은 당연한 듯 나에게서 잊혀져가고 있었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아는 간호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포부도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임상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상처받고 힘들고 아픈 건 나라고 생각했던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한쪽 팔을 마음대로 쓸 수 없어도, 웃는 표정을 마음대로 지을 수 없어도, 말을 잘 하지 못하더라도 환자분들이 웃으며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행사를 준비하며 힘들기만 했던 내 마음도 한결 편해지는 것 같았다. 이제 나에게 천사데이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간호사로서의 마음을 재정비할 수 있는 소중한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