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여름더위가 한창인 6월이다.
주말 내내 여러 일들로 강행군인지라, 일요일 아침 내 몸은 물먹은 스펀지 마냥 무겁다.
진료봉사 2주전에 이미 스케쥴을 다른 일로 변경한지라, 오늘은 꼭 참석해야 한다는 맘으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화창한 여름 날씨는 내 맘과 다르게 너무도 밝아서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이다.
약속시간에 도착하기 위하여 부지런히 서둘렀다.
이미 같은 팀 봉사자들이 도착해서 자리정돈, 봉사물품 정리에 한참이었다.
늘 맡아서 하는 진료보조 업무를 하기 위하여 지하 강의실로 이동하여 진료실 세팅을 시작했다. 반가운 얼굴을 한 두명 씩 만나면서 조금씩 기운이 드는 걸 느낀다.
매번 봉사에 참여 할 때마다 낯선 이국에서 적응하면서 가족을 위하여, 자신의 미래를 위하여 열심히 생활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만나게 된다.
내가 이들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이 너무도 미약하여 번번이 미안한 마음 뿐이지만, 그럴 때마다 더 깊이 이들을 이해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자고 다짐하게 된다. 불가 얼마 전까지 만해도 나는 우리와 함께 하는 이들에 대하여 알고 있는 바가 너무도 없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 많이 와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주로 동남아시아에 있는 나라에서 오고 있는데, 몇 번 그곳에 방문 할 기회가 생기면서부터 우리와 다른 생활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적인 상황의 차이도 이해하게 되었다.
타국에서 일을 하며 질병을 갖게 된다면 많은 어려움에 처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고 그나마 휴일에 진료단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꺼란 생각이 든다.
오늘은 불법체류 단속기간 중이라 다른 진료 일에 비하여 방문 환자수가 많지 않았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이가 있었을 터인데,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여러 얼굴 중 캄보디아에서 왔다는 23살 아가씨의 밝은 얼굴이 떠오른다.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두통을 주호소로 내원하였는데, 진료 후 약처방을 받을 때까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는다.
한국에 온지 1년이 되어간다고 하는데, 아직 서툰 한국말이지만 의사소통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내가 앙코르왓이 있는 씨엡립과 수도인 프롬펜에 가본적이 있다고 말하자, 프롬펜에서 왔다며 반가운 미소를 짓는다.
진료를 보고 난 후에도 의사소통이 어려운 동료의 진료가 끝날 때까지 함께 해주면서 서툰 말로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모습이 어찌나 보기 좋던지...
타국에서 생활하는데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존재가 되는 것 같다.
흔히들 우리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이 제일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으로 어려움이 생기면 쉽게 좌절하곤 한다.
나 또한 여러 가지 일들을 해오면서 힘들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지냈던 것 같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언제나 감당할 만큼의 고통을 주신다는 말씀을 기억하며 오늘 만난 모든 이들이 이곳에서 더 값진 성과를 이루어내어 사랑하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해본다.
오후 내내 그 예쁜 미소를 마음에 품은 채, 오늘 이곳에 내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