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천사 데이~.”
첫 입사 후 마음이 많이 지친 그 즈음이었다. 열심히 공부했고 많은 포부를 가지고 간호사가 되었지만 익숙지 않은 일과 배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많은 가운데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직업 특성상 그 속에서 나날이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다. 입사 초반의 기량과 포부는 어디 갔나 싶을 정도였다.
그 즈음, 간호사가 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1004 day가 다가오고 있었다. 사실 1004 day라는 용어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뜻은 잘 모르고 있었다. 그저 스쳐가는 생각으로는 병원에서 하는 단순한 행사 정도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벅찬 신입간호사에겐 이런 특별한 행사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행사 당일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1004 day의 의미는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잘 몰랐던 1004 day가 간호사의 입지를 굳히고 알리기 위해 시작했다는 것과 간호사 협회 내에서 봉사의 날을 맞이하여 여는 규모가 큰 행사임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맞이한 나의 첫 1004 day의 첫 임무는 병원 안내였다. 병동 선생님과 2층으로 이동하여 안내하는 봉사를 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조금 부끄러웠다. 그때, 병원 복도를 지나시던 한 할머니께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으셨다.
“이게 뭐하는 거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길 안내를 하고 있으니 할머니께서 궁금하신 모양이었다.
“1004day라서 환자분들과 보호자 분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어요.”
“아이고, 평소에 여기 지날 때 많이 헷갈렸는데 이렇게 입구에서부터 안내해주니 안 헷갈리고 제대로 왔다.”
기뻐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나는 이번 1004 day의 키워드였던 혈당이 생각났고 할머니께 혈당측정과 혈압측정을 할 수 있는 자리도 안내해 드렸다.
“아가씨가 이렇게 친절하고 잘해주니 참말로 천사 데이~”
할머니의 말씀을 듣는 순간 나는 많은 생각들이 밀려왔다.
특히 내가 처음 간호사가 되고자 했던 마음이 생각났다. 대학시절 소록도등 여러 어려운 사람들에게 봉사를 하면서 누군가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했던 첫 꿈의 포부 말이다. 사실 봉사라는 것은 굉장히 어렵게 생각할 수 도 있는데 이렇게 일상 속에서 조금이나마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건넨 작은 친절도 봉사의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건넨 작은 친절로 얻은 따스한 말 한마디가 그렇게 뿌듯할 수 가 없었다.
이번 1004 day를 통해 나는 특히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것을 다시 깨달았다. 반복되는 일과 속에 잠깐 잊고 있었던 간호사로서의 나의 꿈 말이다. 그것을 다시 깨닫는 순간 나는 간호사로서의 긍지와 뿌듯함을 동시에 느꼈다. 아직 신입간호사이지만 내 일이 다른 사람의 인생에 많은 도움 주는 일이라는 것. 그래서 나의 첫 1004 day는 다시 마음의 경적을 울려준 고마운 날이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