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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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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끝에 너도 누군가의 등불이 되기를”

 

이 길 끝에 너도 누군가의 등불이 되기를

오늘도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20213, 6년간의 호스피스 병동 근무를 뒤로하고 저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습니다. 신규 간호사 교육을 맡는 교육수간호사라는 낯선 직무는, 오랫동안 환자 곁을 지켜왔던 제게 또 다른 세계였습니다.

교육수간호사는 병원에 입직한 신규 간호사들의 초기 적응을 돕고, 현장 실무 능력을 체계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교육을 기획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각 부서로 배치된 후에도 지속적인 현장 방문과 상담을 통해, 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하는 조력자이자 멘토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처음 이 역할을 맡았을 때는 마치 준비되지 않은 등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렸습니다. 간호사로서의 임상 경험은 충분했지만, 누군가의 성장을 온전히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은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과연 내가 이 막중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막막함이 제 그림자처럼 드리웠고, 때로는 작은 파도에도 꺼질 듯한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 손을 가장 먼저 따뜻하게 잡아준 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었습니다. "신규 선생님들이 선생님 덕분에 많이 안심하더라고요." "지금 너무 잘하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그 따스한 시선과 진심 어린 격려는 제 안에 작은 불씨를 피웠고, 그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오늘도 저는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들의 믿음은 흔들리던 제 등불에 단단한 심지를 박아주었습니다.

 

신규 간호사들이 병원에 입직하면, 저는 가장 먼저 그들의 이름과 얼굴을 외웁니다. 낯선 환경 속에서 잔뜩 긴장한 이들에게,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 조심스럽게 다가섭니다. 작은 배려가 불안한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낯선 길을 나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저는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기본 교육을 마치고 각자 부서로 배치되면, 저는 어김없이 그 현장을 찾아갑니다. 낯선 손길로 주사기를 쥔 그들의 떨리는 손끝, 말은 없지만 깊은 고민을 담은 눈빛에서 보이지 않는 상처와 질문을 읽어냅니다.

 

요즘 어때요?”라는 짧은 질문에 쏟아지는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저는 단순한 교육자가 아니라 함께 아픔을 나누고 성장을 돕는, 길 위의 동반자가 되어야 함을 절실히 느낍니다.

 

IV 주사에 반복적으로 실패하며 울먹이던 한 신규 간호사와는 매일 1:1로 만나 연습했습니다. 저 역시 신규 시절, 과일 껍질에 수없이 바늘을 찔러가며 밤을 지새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도 그랬단다. 우리는 결국 해내게 돼 있어.” 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북돋았습니다. 몇 주 후, 제가 병동에 들어서자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저를 향해 뛰어와 팔짱을 끼고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 드디어 성공했어요!” 그 순간 저는 그녀가 얼마나 그 말을 저에게 전하고 싶어 기다렸을지,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을지 느껴졌고, 그 벅찬 마음이 제 가슴 깊이 전해져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날 우리는 퇴근길에 함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작고 소박한 시간이었지만, 그녀와 함께 나눈 웃음은 누구보다 단단한 믿음과 위로였습니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난 늦은 저녁, 한 신규 간호사가 홀로 남아 업무를 마무리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망설임 없이 그녀 곁에 앉아 함께 차트를 정리했고, 지친 어깨 너머로 나도 저렇게 헤매고 좌절하던 시절이 있었지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함께 어둠 속에서 불을 밝히며 남은 그 시간은, 서툴고 힘든 시간을 온전히 이해하고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귀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다음 날, 그녀는 한결 밝은 얼굴로 말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용기가 났어요.” 그 한마디는 제게 존재의 이유를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신규 간호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의외로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특히 선배 간호사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던 한 신규 간호사를 보며, 저는 양쪽의 이야기를 인내심을 가지고 들었습니다. 선배에겐 조심스럽게 당신도 처음엔 서툴렀잖아요. 그녀도 곧 당신처럼 성장할 겁니다.”라고 말했고, 신규에겐 선배들도 너처럼 힘든 시절을 겪었단다. 그분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렴.”이라며 위로했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의 따뜻한 다리가 되어주었을 때, 팽팽했던 공기 사이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고, 나란히 웃으며 교대하는 둘의 모습을 보았을 땐 말할 수 없는 뭉클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말해주었습니다.“ 너도 언젠가 선배가 되면, 지금 이 순간의 서툴고 아팠던 마음을 꼭 기억해줘. 그리고 너의 후배에게 지금보다 더 뜨뜻한 선배가 되어주렴.”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저는 또 하나의 희망찬 등불이 켜졌음을 느꼈습니다.

 

현장 교육 중 가장 깊이 기억에 남는 순간은 말기암 환자 보호자와 나눈 짧은 대화였습니다. 환자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극심한 불안을 느낄 때, 저는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선풍기 바람을 환자의 얼굴에 살짝 쐬어주고, 편안한 자세로 몸을 교정한 뒤, 필요한 경우 몰핀 주사제를 투여해 불안을 줄이는 방법이었습니다. 환자의 손을 잡고 보호자에게 하나하나 설명을 드리며, ‘이분이 나의 부모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환자를 간호할 때 내 가족을 대하듯 하라는 선배 수간호사의 가르침이 그 순간 떠올랐고, 저는 그 말 그대로 진심을 다했습니다. 그분은 제 손을 꼭 잡고 말했습니다. “선생님, 설명해주셔서 고마워요. 덕분에 우리 엄마가 좀 편안해 보여요.” 그 짧은 한마디가 제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제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왜 계속 이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습니다.

 

어느 날, 병동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교육간호사가 있으니 너무 도움이 되고 든든든해요.”. “우리 병동 신규 선생님들 잘 챙겨줘서 고마워요.” 그 말 한 줄이 제게는 또 하나의 등불이 되어 주었습니다.

간호는 벅차고 고된 일이지만, 그만큼 숭고하고 따뜻하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오늘도 누군가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작은 등불로 남고 싶습니다. 그 길 끝에서, 새로운 등불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환하게 빛나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오늘도 그들로부터 배우고 있습니다.

어제를 지나 오늘을 견디며, 내일을 꿈꾸는 이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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