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임상 25년 차 간호사이다. 그중 12년은 수간호사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팀을 이끌어왔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리더로서의 나’를 단단히 세워왔다고 믿었다. 매일 아침,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인사를 건네고, 힘들어하는 환자와 보호자를 조용히 안아주었다. 불편한 환자를 보면 “도와드릴까요?” 하고 먼저 다가가 문제를 해결해 드리는 것이 나의 간호 방식이었다. 그것이 내가 배운 간호의 본질이었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 마음은 부서원들에게도 같았다. 작은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고객 칭찬이 들어오면 커피 쿠폰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휴가를 간다고 하면 기꺼이 보내주었고, 대학원을 준비하는 간호사에게는 진심으로 응원의 말을 전했다. 모범직원 추천 기간이 되면, 그것이 작은 보상의 기회라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추천서를 썼다. 인사평가 때는 그들의 노고가 제대로 인정받길 바라며 밤늦게까지 면담하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애썼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지쳐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한 간호사의 “선생님은 너무 앞서가세요.” 서운한 마음이 내 마음을 깊이 베었다.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 그 말속에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내가 보지 못한 감정들이 숨어 있었다. 그동안 나는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한다고 믿었지만, 어쩌면 너무 앞서가며 그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준 마음이 어떤 무게로 닿았는지 돌아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날 이후, 나는 한 걸음 물러섰다. 관찰자의 자리에서 부서원을 바라보니, 놓쳤던 것들이 보였다. 누군가는 내 열정이 부담이었고, 누군가는 나의 관심이 간섭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었다. ‘주는 데 익숙한 마음,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여겼지만, 상처로 돌아온다면 떠나는 것도 나를 지키는 방법일 수 있겠구나.’ 그날 나는 조용히 내 마음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어떤 리더였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답을 찾았다. 리더십이란 앞에서 끌어가는 힘이 아니라, 때로는 뒤에서 조용히 지켜주는 온기라는 것을. 넘어졌을 때 손을 잡아주는 것도 리더의 몫이지만, 그 손을 내밀기 위해선 나 자신이 먼저 단단해야 한다는 것도. 리더는 늘 강해야 한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부서원과 함께 흔들리고, 아파하고, 다시 일어서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일어서려 한다. 상처를 품은 채, 그러나 더 깊어진 마음으로. 리더로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다시 웃을 수 있는 용기다.
오늘도 나는 “좋은 아침입니다.”라는 인사를 건넨다. 이 짧은 인사가 누군가의 하루를 버티게 하는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란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이 치열한 공간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그 기도 속에서 나는 다시 일어서고 있다. 더 단단하게, 그러나 더 따뜻하게. 나는 다시 일어서려는 리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