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입사. 입사 19년 차에 나는 부서 이동을 하게 됐다.
간호부였던 날보다 진료부였던 날이 더 많았던 나이기에 머릿속에는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들로 채워졌다. 40대가되어 점점 습득력이 떨어지는 데 잘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신경외과 중환자실의 시간들...
그렇다.
나는 헌규 간호사이다. 연차는 높은 데 모든게 처음인 신규같은 헌규 간호사.
처음에는 외국어 할 줄 아는 외국인이 그 나라 관공서에 온 기분이랄까? 무엇이 낯설고 두렵고 내가 잘하는 있는 건지 하는 걱정들이 머리속에 가득했다.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조금씩 익숙해지고는 있지만 오랫동안 손에 익지 않은 일을 하는 내 모습이 내가 보아도 어설퍼 보이기 일쑤이다.
하지만 연차는 높지만 일 못하는 선배를 잘 가르쳐 주는 신경외과 후배들 덕분에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자기 환자 돌보기에도 바쁜데 옆에서 질문하면 성실히 답변해주는 고마운 후배 간호사 선생님들.
내가 내년에 20주년 근속상을 받는다면 모든 공로는 신경외과 동료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좌충우돌하며 시작한 신경외과 중환자실 근무는 나의 인생에서 새로운 관점들을 많이 만들어 준 것 같다. 한쪽에서는 병마와 힘겨운 싸움을 하는 환자와 한편에서는 자살을 기도해 들어온 환자가 옆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것을 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끝까지 환자의 생명을 붙잡아 달라는 보호자와 한편으로는 호전이 없는 치료에 금전적인 부담을 느끼고 모든 치료를 중단해 달라는 보호자들...
이런 양면적인 상황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신경외과 환자의 특성상 의식이 없는 환자들을 보며 지금까지 병원에서 근무하였지만 나는 나의 결말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나이 든다는 것도, 어쩌면 갑자기 이렇게 누워있을 수도 있거나 내일의 해를 보지 못 할 수도 있다고 생각 하며 나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내일은 찾아오지 않을 수 있음을... 그래서 오늘을 더 충실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들로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게 되었다.
주말에 전처럼 못 쉬는 대신 평일에 자전거타고 아라뱃길로 달리고 전에 못했던 경험들을 하도록 더 노력한다. 그리고 가족들에게 더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하게 하게 되고 좀 더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된 것 같다.
몸은 헌규이지만 마음만큼은 신규로 다시 시작하는 나...
아직 어설프지만 내일은 더 나은 나가 되기 위하여...오늘도, 내일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