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 번 호출 벨이 울리고, 수많은 처방과 응급 상황이 반복되는 병동.
그 속에서 나는 호흡기내과 4년 차 간호사로 살아가고 있다. 책임은 커지고, 감정은 점점 메말라갔다. “이게 정말 내가 바라던 간호사의 모습이었을까?”라는 질문이 가슴속에 맴돌기 시작했다.
간호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분명했다. 어릴 적, 치료제도 없던 희귀병을 앓던 엄마 곁을 지키고 싶었다. 그때부터 간호사는 내게 희망이자 약속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간절함은 일상에 묻혀버렸고, 지친 표정의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책에서 한 문장을 만났다.
“우리의 뇌는 말과 생각을 현실로 인식한다.”
긍정적인 말이 많을수록 하루도 밝아지고, 부정적인 말이 많을수록 마음은 더 어두워진다는 이야기였다. 그 문장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작은 시작이 되었다.
마침 그 무렵, 갑작스러운 객혈로 입원한 한 환자분을 만났다.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하루하루 쇠약해지던 그분은, 매일 아침 나에게 “오늘도 힘내세요! 간호사님 화이팅!”이라고 말해주셨다. 오히려 위로받는 건 나였다.
그렇게 웃던 얼굴은 점점 말라가고, 임종이 가까워졌다.
그날, 그 환자분과의 마지막 라운딩을 마치고 조용히 인사를 드리려는데 환자분의 남편께서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아내 손 잡아주시며 매일 힘내라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큰 힘이 되었어요.”
그 말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한 작은 인사가 누군가에겐 마지막 힘이 되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짐했다.
작은 말 한마디, 인사 하나로 환자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면, 나는 매일 그 말을 전하겠다고.
출근길마다 하이파이브를 건네고 “오늘도 화이팅입니다!”를 외친다. 어색함도 잠시, 환자분들이 먼저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며 나도 웃게 되었다.
하이파이브 하나로 시작된 변화는 내 간호의 방향을 다시 잡아주었다.
요즘은 환자보다 내가 더 기다려지는 출근길이다. 다시 간호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를 떠올리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간호를 실천하며 매일을 기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외친다.
“안녕하세요. 담당 간호사 김하연입니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그렇게 나의 하루는 하이파이브하며 ‘화이팅!’을 외침으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