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신경외과 중환자실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간호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던 저는 갑작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건강하시던 아버지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셨고, 중환자실에 하루 입원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하루가, 제가 이 길을 선택하게 된 시작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아프실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저는, 그날 처음으로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코로나 시기였기에 면회조차 어려웠고, 가족들은 병실 안의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는 채 문 밖에서 애만 태웠습니다.
‘저 안에서는 누군가가 우리 가족을 대신해 아버지를 돌봐주고 있겠지.’ 그 당시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혹은 사랑하는 이를 대신해, 그 막막하고 두려운 시간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지금, 신경외과 중환자실 간호사로 매일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긴박한 응급상황에 쫓기고,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이 무뎌지는 순간들도 있습니다. 보호자였던 그 시절의 제 자신을 잊은 채, 때로는 너무 냉정해 졌다고 느끼는 날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환자분들이 남겨주신 말씀들이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힘들어도 항상 웃으며 간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환자의 어려움을 세심하게 알아주셔서 감사했어요.”
“모든 간호사님들이 다 훌륭하지만, 특히 열정적으로 일하는 김서연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5월의 라일락처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간호사님을 칭찬하고 싶어요.”
이 말들은 환자분들이 병원 칭찬카드를 통해 전해주신 내용입니다.
제가 했던 간호가, 제 의도와는 다르게 혹은 제가 미처 깨닫지 못한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음을 알게 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저는 다시, 그날의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무거운 공기 속에서도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내는 곳, 중환자실 속에서 나의 시작은 아픔이었지만 그 아픔이 누군가에게 따뜻함으로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