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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플러스 스토리

참신한 시각으로 간호사와 함께 호흡합니다.

간호사 24시, 그 story 가 궁금합니다.

간호 업무를 하면서 눈물 나게 감동했던 일들, 동료 간호사의 보석같이 빛나는 아름다운 선행,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던 기가막힌 아이디어 활동, 간호사라 행복했던 그 때 그 순간,
우리끼리 通하는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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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시선으로 돌아보는 나의 간호

저는 제왕절개술로 분만을 하기 위해 제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서 수술 및 입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10년 넘게 내 집처럼 드나들던 내 직장, 내 병원이었지만 간호사가 아닌 환자의 입장으로 들어온 병원의 모습은 또 다른 모습이었어요

이번이 첫아이가 아니고 이미 제왕절개술로 아이를 또 낳은 히스토리가 있어 처음 수술하는 것도 아닌데 수술은 여전히 긴장되고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첫째 때 전신마취로 제왕절개수술을 하다가 작은 합병증을 겪은 터라 이번 수술 시 마취는 척추마취를 통해 진행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저는 수술 자체가 주는 공포감이 너무 커서 척추마취만으로 맨정신으로 수술하긴 너무 무섭다고 수면 마취도 같이 해달라고 사전부터 몇 번 담당 주치의 교수님께 요청했고 교수님도 오케이 하셔서 그렇게 하는 줄 알았어요

수술 준비가 끝났고 수술실로 옮겨져 새우 자세로 척추마취까지 했고 그다음 수면 마취를 기다리고 누워있었어요

산부인과 담당 교수님이 들어오셨고 곧 수술이 시작되려는데 마취과 교수님이 수면 마취를 해주실 생각을 안 하셔서 제가 수면 마취도 하기로 했는데 언제 수면 마취를 하냐고 마취과 교수님께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마취과 교수님이 아기가 나오는 순간을 경험하는 게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데 그 좋은 경험을 수면 마취를 해서 안 하냐고, 그리고 아기가 나오기 전에 수면 마취를 하면 약이 아이에게도 영향이 가니 아기가 나오거든 수면 마취를 하던가 아예 하지 말아 보라고 이야기하시더니 정말 수면 마취를 안 해주셨어요

그대로 예상과 다르게 맨정신으로 진행하게 된 수술은 제게 불안과 혼돈의 도가니가 되었어요

물론 척추마취가 되어 있어 수술 시 통증도, 감각도 없었고 천으로 가슴 밑에 수술 상황을 볼 수 없도록 가려주셔서 직접 칼을 대는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수술하다 언제 어떻게 통증이 갑자기 나타날지 예측도 안되고 모든 정신 활동이 잔뜩 긴장한 상태가 되어 눈을 질끈 감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제 머리 쪽에 계속 있던 간호사 선생님이 제 귀에 대고 괜찮을 거예요 그런데 아기를 뱃속에서 꺼낼 때 몸의 흔들림을 느낄 수 있고 명치 쪽이 조금 불편할 수 있어요라고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리고 몇 분 뒤, 몸이 조금씩 흔들리는 게 느껴져 지금이 그 순간이 맞냐고 그 간호사 선생님께 물었고 그 순간이 맞다고 답변해 주셨어요

그래서 혼자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통증에 대해 마음속으로 대비하고 있었는데 예상외로 약간의 몸의 흔들림만 느껴질 뿐 별다른 불편감 없이 수술은 정리되어 가고 있었어요

그리고 제 아기를 받아준 간호사 선생님의 뒷모습 사이로 제 아기의 하얀 발이 보였고 아기의 탯줄을 다시 잘 정리한 뒤 저에게 아기를 데리고 와 첫 젖물림을 해주셨어요

10개월 가까이 뱃속에 품고 있었던 제 아이를 낳자마자 바로 마주한 순간은 마취과 교수님 말대로 저에게 잊지 못할 만큼 감동적인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제 요청과 다르게 수면 마취를 안 해준 마취과 교수님이 처음에는 너무 미웠는데 제 아기를 마주한 뒤론 고마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별다른 통증 없이 수술은 잘 종료되었고 회복실로 옮겨진 저는 제 머리맡에서 짧게나마 분만 과정을 설명해서 불안감을 덜어준 간호사 선생님께도 고마움을 느꼈어요

그리고 과거에 신규 시절 외과병동에서 5년 이상 근무했던 경험을 돌이켜 생각해 봤어요

수많은 환자들을 병동에서 수술실로 보내고 수술실에서 병동으로 다시 받았었는데 그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나의 간호를 받았을까

수술명마다 똑같이 반복되는 pre OP, post OP 간호에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져 환자를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빨리 해치워야 하는 일로 생각하여 내 할 일만 하고 환자를 사무적으로 대하기도 했었는데.. 그분들은 그 과정이 얼마나 두렵고 불안했을까

그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렇게 병실로 올라와 8시간 ABR을 하고 OP day가 지나갔어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부터 수술 후 가만히 있으면 회복이 느리다는 걸 저도 잘 알고 있었기에 본격적으로 회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수술 부위 통증 때문에 역시 몸이 자유로울 수는 없었어요.

당장 씻고 깨끗한 환의로 갈아입고 싶어서 아픈 배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힘들게 걸어갔고 힘들게 힘들게 세수를 하고 피가 고인 회음부를 조심스럽게 닦고 이제 옷만 입으면 되는데 그 순간 제가 세면도구랑 수건만 가져오고 속옷이랑 새 환의를 안 가져온 걸 깨달았습니다

언제 다시 입었던 옷을 다시 입고 아픈 몸을 끌고 나갔다 오나 절망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어요

조무사님이 어떻게 아시고 화장실 문을 똑똑 두드리고 옷 가져다드리냐고 물어보고 가져다주셔서 너무 너무 고마웠어요

그러고 제가 옷 입는 걸 도와주셔서 생각보다 쉽게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는데

옷을 다 갈아입고 나온 저에게 조무사님이 어떻게 이렇게 회복이 빠를 수 있냐고 보통 다른 산모들은 아파서 남편한테 다 도와달라고 하거나 그냥 누워있기만 하는데 벌써 일어나서 혼자 씻고 있었냐고 너무 대단하다고 칭찬해주셨어요

조무사님의 칭찬과 격려는 또 다른 힘이 되어 자가간호를 하는데 원동력이 되었고 엠뷸레이션도 열심히 하고 가스아웃도 잘하고 많이 회복해가고 있어요

 

POD 1일 밤에 자려고 누워 최근에 분만 휴가 들어가기 전까지 내가 했던 간호들을 다시 돌이켜봅니다

 

나는 환자를 어떤 마음으로 대했을까

환자들의 마음을 진정 헤아려 보려고 노력했나

조무사님처럼 사람 대 사람으로 환자를 존중하고 격려해 주었었나

일이 바쁘단 핑계로 내 할 일만 하고 환자들에게 내가 진짜 필요했던 순간에 손길을 내밀지 못한 순간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마음이 복잡해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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